정유정의 신작 소설 《완전한 행복》은 ‘완전한 행복’을 꿈꾸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철저한 나르시시스트인 그녀는 완전한 행복에 이르는 길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리하여 모든 불행이 제거됐을 때, 그녀는 과연 완전하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 본 《종의 기원》과 달리, 이번 소설 《완전한 행복》은 주인공인 ‘그녀’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된다. 그녀에 의해 삶이 파괴된 이들이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해 ‘그녀’의 삶과 내면을 하나의 퍼즐을 맞춰나가듯 세밀하게 조명한다.

《완전한 행복》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전작들에서 악을 체화한 인물을 그리기까지 악의 본질에 대해 천착했던 정유정은 이번 소설에서는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완전한 행복》은 무해하고 무결한 행복에 경도되어 있는 사회에 묵직한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