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근대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유럽에서의 종교, 상업, 과학, 사상적 혁명은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물질문명의 총아, ‘제국’을 탄생시켰고, 제국주의 국가들의 진출, 침략, 식민, 분열, 전쟁 등으로 18세기 이후 아시아문명은 평온한 날이 없었습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 전체에 걸쳐 세운 ‘제국’은 식민, 혹은 반식민이라는 형태로 그동안 아시아에 수천 년 동안 형성되어 있던 정치적 · 지리적 · 경제적 · 관념적 경계를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경계가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면서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살아가던 이들이 분열하는 경우도 있었고, 서로 왕래가 없던 이질적 공동체들이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통합되어 국민국가로 독립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국’의 유산은 여전히 현대 아시아의 지정학적 이해 관계를 유발하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아시아를 서구 근대문명의 영향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묘사하는 기존의 인식에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그 일환으로 본 기획은 아시아 각 지역이 경험한 제국주의와 식민, 독립 이후 국가간 전쟁, 내전, 독재, 학살 등의 아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인 민주화를 향한 여정, 그리고 이 모든 시기를 관통하는 이주, 여성, 소수민족, 종교 등의 주제를 민주화와 인권, 여성, 이주의 3분야로 나누어 제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