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는 자연의 시간입니다. 우리들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급격하게 달라졌습니다. 부모의 지혜와 경험이 이제 더 이상 자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식들의 이념으로 부모의 이념을 헤아리기 어렵고, 부모의 이념으로 자식들의 이념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세대 간의 시간이 전혀 다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하나의 성(性)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역시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이 어떻게 딸, 아내, 엄마라는 시간을 살아냈는지 24절기를 중심으로 짐작 해보려 합니다.
다듬이질 하고 바느질 하던 손, 쑥을 캐고 보리를 뜯던 손, 아궁이에 불을 때고 쌀을 씻던 손, 낫질을 하고 떡을 빚던 손, 윗집에서 수업료 빌려서 쥐어 주던 손, 추곡수매 끝에 냇가에 앉아 눈물 닦던 손, 딸 시집 보낼 걱정하며 콩 따던 손...... 굵어진 마디, 닳고 무뎌진 손끝, 주름에 새겨진 시간들을 조심스레 살펴 보려 합니다.

이번 쇼케이스는 24절기 중 여섯 절기(춘분, 청명, 곡우, 입하, 소만, 망종)를 다룹니다. 여섯 절기를 중심으로 우리의 자연과 생활에 적합한 움직임을 춤으로 담아내며, 노래(정가, 서도민요, 판소리)와 한국 전통 악기 및 서양 악기가 어우러지는 작품입니다. 쇼케이스를 통해 공연 제작 방향을 가늠해보는 시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약 40분 공연 후에는 관객 설문조사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