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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토스카 <별은 빛나건만> vs 판소리 춘향전 <쑥대머리>

최고의 소리반: 신춘에는 엇든 노래 유행할가

1900년 1월 14일 로마에서 초연된 푸치니의 3대 걸작 오페라 중 하나인 <토스카>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오페라의 무대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는 이탈리아 로마이다. 주인공인 화가 카바라도시는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탈옥수 안젤로티를 숨겨준 것을 로마의 비밀경찰서장 스카르피아에게 들켜 감옥을 갇히게 된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은 사랑하는 연인 토스카에게 작별 편지를 쓰며 그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e)>을 부른다.

“별은 빛나고 대지는 향기로웠지, 정원의 문이 열리고 흙을 스치는 발소리가 들렸어. 향기로운 그녀는 다가와 내 품에 쓰러졌지. 오, 부드러운 입맞춤. 오, 따뜻한 포옹.
두려움에 떨리는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이 베일에 싸여 사라졌네.
사랑이라는 꿈은 이제 부서지고, 시간은 모두 흘러가. 나는 이제 절망 속에 죽어야 하네!
나의 짧은 생에 이런 사랑을 한 적이 없었네. 짧은 인생이여!”

쑥대머리는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옥중가이다. 모진 매를 맞고 쑥대처럼 헝클어진 머리가 된 춘향이는 찬바람 가득한 옥 안에서 사랑하는 임, 한양의 이몽룡을 그리워하며, 서럽게 부르는 곡이다. 식민지 시대 협률사, 광무대 같은 극장이 설립되어 창극 같은 장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1920-30년대 대중적 판매가 되기 시작한 유성기 음반과 함께 국창 임방울(1904~1961)의 <쑥대머리>는 당대의 최고 인기곡 중 하나가 되었다. 임이라는 상징은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만이 아니었다. 잃어버린 조국을 향한 애달픈 슬픔과 한이 녹아있었다. 1935년 빅터레코드에서 발매된 춘향전 전집은 우리나라 판소리 3대 명반으로 알려져 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자리에 생각난것이 님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봤-으니
부모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여인신혼 금슬위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
내가 만일에 님을 못보고 옥중원귀가 되고보면 무덤근처 섰는 남구는 상사목이 될것이요
무덤앞의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이가
뉘있드란 말이냐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

국가는 다르지만, 백년 전 이탈리아에서 불린 오페라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과 동시대 조선의 식민지 시절 불린 판소리 <쑥대머리>는 창법도 다르고 음계도 다른 배경에서 창작되었지만, 시대를 초월하고 관통하는 공통의 정서가 흐른다.

국립국악원 x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협력 전시

1877년 에디슨이 발명한 원통형 왁스 실린더는 원래 음악을 듣기 위해 발명되지는 않았다. 속기록이나 유언장을 기록할 용도로 발명했지만, 1888년 베를리너가 개량된 모델 그라모폰(Grammophon)을 발명하여 지금의 감상용 음반시장이 탄생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년 전 조선 궁중음악을 전기녹음 방식으로 최초로 기록한 유성기 음반 <조선아악>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세계적 음반사 빅터사가 <조선아악> 고급반을 제작하고 비용을 지급했다는 것은 조선 궁중음악이 사천 년의 역사를 가진 고대 동양 음악의 진수라는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 평가된다.

1920-30년대 인기 많았던 사랑 노래, 창극식의 판소리 음반 <춘향전>도 들을 수 있는데, 올해 2024년은 임방울 명창의 탄생 120주년으로, 임방울 특유의 계면성음의 춘향가 <쑥대머리>가 백년 전 식민지 시절 우리 대중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 작은 체구의 젊은 임방울이 표현한 임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애달픈 소리의 바탕에는 우리의 슬픈 역사가 감춰져 있음을 다시금 발견하는 전시가 된다.

유성기 음반이 탄생한 이후, 수많은 스타 명창도 등장했다.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정정렬, 이화중선, 임방울, 박녹주. 이제 그들의 이름은 점점 잊혀간다. 그렇지만 음반이라는 기록매체를 통해서나마 우리나라 국악이라는 장르를 넘어, 우리 음악의 뿌리가 어디에서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