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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장에서 시작하는 텐샨 산맥이 가로지르고 있어
국토의 대부분이 험준한 산악지대인 키르기스스탄.
만년설이 녹아 호수를 이루고 초원을 길러내,
고대부터 유목민의 터전이 되어왔다.
초원 위로 수없이 길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그 길 따라 마을과 도시도 쇠락을 거듭했고,
사람들은 초원보다 더 오래되고 긴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키르기즈인들은 영웅 서사시 마나스를 텐샨의 설산이나
초원보다 더 자신들의 시원이라고 생각한다.
마나스는 ‘초원의 『일리아스』’라 부르지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를 합친 것보다 스무 배가 더 길다.
이 방대한 서사시는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왔다.
마나스를 암송하는 사람들 마나스치는 50만 행이 넘는
이 서사시를 오로지 기억 속에 넣어 전달한다.
바이칼 호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산정호수 이식쿨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 마을 주민들은 5월이 되면 산 위로
올라가 목축을 한다.
타지벡은 이 마을에서 가축을 기르며 살아가는 유목민의
후예다. 종일 들판에 나와 해질녘까지 일하는 농부이면서
마나스를 구연하는 마나스치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마나스치였다.
역사이다.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그는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듯 자식들에게 마나스를 들려준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린 당나귀를 길들이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머지않아 마나스를 암송하고 터득할 것이다.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
초원의 바람이 끊어지지 않듯, 그들은 대대로 오래된
이야기를 전하며 삶을 이어간다.
우리는 오늘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있을까?
아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조언보다
오래된 옛이야기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과거는 어른들이 더 잘 알고,
미래는 아이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만년설의 물이 흘러 작은 나무를 길러내듯,
오래된 이야기가 아이들을 푸르게 키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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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문화박물관 아카이브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