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가 Duong Huong의 시선이 닿은 베트남 북부 동 마을(Làng Đông)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대하면서 낯설지 않았던 건, 한국인인 저에게도 유사한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양국이 겪었던 부당한 전쟁의 참상, 그 속에서도 삶을 지켜내야 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과 더불어 마을의 편견과 관습 또한 개인의 불행을 야기합니다. 생명을 지키며 영속적인 시간을 사는 반얀 나무만큼 인간의 반목은 대를 이어 끝없이 반복됩니다. 또한 붉은 얼굴 귀신으로 상징되는 여러 얼굴을 가진 인간의 깊은 내면은 이 공연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한아름 작가님과 축약된 쇼케이스를 위해 원작 소설과 희곡을 검토하였고, 원작의 주인공인 반과 대등하게 Hanh의 여정과 여인들의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국가 간의 전쟁이 끝나도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마을로 되돌아왔으나 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나는 Hanh의 단호한 의지는 이 이야기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작입니다.
무대 구현을 할 때 양국의 전통문화와 현재성을 결합시키려 했습니다. 베트남 쪠오(Chèo) 양식과 대한민국 정가의 새로운 해석에 더불어 딘 강(시간), 붉은 귀신 등의 테마별 음악과 사운드가 창작되었습니다. 의상과 소품은 최대한 전통과 시대를 반영하였고 무대, 조명, 영상은 작품 주제에 맞춰 시공간과 인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남편 없는 부두, 강이 있는 한 끝나지 않는 노래>가 이어준 우리들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합니다. 이 길의 출발점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베트남국립극단에게 감사합니다. 굳게 손잡아준 엄동열 프로듀서님과 럼 뚱(Hoang Lam Tung) 협력연출님, 언제나 최선과 최대를 다해주는 창작진이 있어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연습실에서, 무대 위에서 서로의 호흡을 들으며 매 순간을 살아준 아름답고 강인한 배우님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 저희가 온몸으로 밀고 나간 순간들이 관객에게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이 땅의 평화를 소망합니다.

전쟁은 어느 곳이나, 어떤 민족이나 그것이 야기하는 고통은 똑같다고 믿는다.
전쟁으로 인해 비참해진 사람들과 베트남 북부의 총성 없는 전선을 돌아보자.
고통은 온화한 줄 알았던 강가의 낙후된 곳에서 자라났다.
깨어나라...그 고통을 씻어내기 위해 강을 비추어라. 좋은 것을 향해.
더 가까워지고 발전하기 위한 한국과 베트남의 예술 협력!